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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평역에서/곽재구

그리운시냇가 2010. 10. 18. 11:55

         사평역(沙平驛) 에서 

 

                                 곽재구

      막차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
      대합실 밖에는 밤새 송이눈이 쌓이고
      흰 보라 수수꽃 눈시린 유리창마다
      톱밥난로가 지펴지고 있었다

      그믐처럼 몇은 졸고
      몇은 감기에 쿨럭이고
      그리웠던 순간들을 생각하며 나는
      한 줌의 톱밥을 불빛 속에 던져주었다

      내면 깊숙이 할 말들은 가득해도
      청색의 손바닥을 불빛 속에 적셔두고
      모두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산다는 것이 때론 술에 취한 듯
      한 두릅의 굴비 한 광주리의 사과를
      만지작거리며 귀향하는 기분으로
      침묵해야 한다는 것을
      모두들 알고 있었다

      오래 앓은 기침소리와
      쓴 약 같은 입술담배 연기 속에서
      싸륵싸륵 눈꽃은 쌓이고
      그래 지금은 모두들    
      눈꽃의 화음에 귀를 적신다

      자정 넘으면
      낯설음도 뼈아픔도 다 설원인데
      단풍잎 같은 몇 잎의 차창을 달고
      밤열차는 또 어디로 흘러가는지
      그리웠던 순간들을 호명하며 나는
      한 줌의 눈물을 불빛 속에 던져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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