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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사랑해도 될까요?........'영화 '파이란'

그리운시냇가 2011. 11. 16.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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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파이란'에 나오는 여배우는 중국 여배우 장백지입니다.

     그녀는  이 영화에서  가난한 중국을 벗어나 새로운 삶을 찾아 한국에 온 조선족 여인입니다.

     한번도 본 적이 없는 친척의 주소만 달랑 들고 오지만 찾을 수가 없습니다.

     직업소개소에서 수수료를 내고 최민식(강재)과 위장결혼을 하여 체류허가를 받은 뒤

     멀리 동해안 어느 작은 어촌에 있는 세탁소의 직원으로 취직해 외롭고 힘든 삶을 살아 갑니다.

     그녀에게 유일한 위로가 되는 것은 한장의 사진...

     위장결혼을 하면서 받은 서류상의 남편 최민식의 사진...

     외롭고 힘들 때면 파이란은 사진속의 최민식을 바라 봅니다.

     그녀는 그를 그리워 하고 사랑합니다.

     병이 들어 외롭고 쓸쓸하게 죽어 가면서

     그녀는 편지를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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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바다를 보았습니다.
그리고 남편이 생겼습니다.
아직 만나지 못한…

당신 덕분에 여기서 일할 수 있었습니다.
결혼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곳 사람들은 모두 친절합니다.
그러나 당신이 가장 친절합니다.

잊어버리지 않도록 보고있는 사이
당신을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당신을 만나면 묻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강재씨…
당신을 사랑해도 되나요?

 

2001년 봄. 당신의 아내 파이란

 

 

 

 

 

'세상은 날 삼류라 하고 이 여자는 날 사랑이라 한다...’

 

아직은 이른 봄의 속초바다 방파제 어디쯤… 초라한 몰골의 사내가 편지한장을 구겨들고, 이세상이 끝난 사람처럼 꺼이꺼이 운다.

 

너무 늦어버린 자신의 도착때문에, 아님 막장의 인생을 사는 자신이 앞으로 살아갈 수 있는 단하나의 희망인 사람을 놓쳐버렸기 때문에, 함부로 산 자신의 인생 때문에…


이른 봄은 이미 그 바다 어디쯤에 와 있었건만 울고 있는 그의 인생에 이제 다시는 돌아올 봄이 없음을 알고 있기에….

 

 

 

 

 

영화 ‘파이란’


배우 최민식의 우뚝 선 영화가운데 어쩜 가장 관객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영화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스크린 속의 최민식은 곧 ‘강재’였다.


구질구질한 뒷골목의 그것도 날건달중에서도 겨우 10대 아이들 삥이나 뜯고, 불법비디오나 팔고, 넘버3는커녕 넘버10도 못되는 그런 삼류양아치 말이다.

 

 

 

 

 

그런 별볼일없는 그의 인생에도 큰도박판 같은 빅딜을 벌이만한 일이 벌어진다.

조직 보스이자 자신의 동기인 큰형님의 살인누명을 쓰는 대신 고깃배를 하나 사서 이제는 피폐한 자신의 인생에서 돌이켜 고향으로 돌아가는 꿈을 이룰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이다.

 

그런 그에게 뜻밖에 날라온 아내의 부고장.
단지, 하루하루를 벌어 먹고 살기위해 후진 빨간 마후라를 감아 두른 삼류깡패의 호적에 겁도 없이 자신의 이름을 새겨넣은 주민등록상의 아내.
그녀 이름은 ‘파이란’

 

 

 

 

 

 

하~ 파이란 그녀, 보지도 못한 남편을 사랑해도 되냐니, 얼핏 스치기만 한 남편을 그리워하다니, 돈몇푼에 호적에 올려준 남자를 대책없이 좋아하다니..

 

사랑이 그렇게도 시작될 수 있음을 나는 믿지 못하겠다.

사랑이랑 자고로 서로 부대끼고, 말싸움도 하고, 밥도 같이 먹고, 미운정 고운정 들기 시작해야 하는 것이 사랑아니겠는가?

 

증명사진 달랑 한번본 남자를 좋아할 수 있다는 건 아마도 ‘파이란’ 그녀 인생이 그만큼 외롭고, 기댈곳 없이 막막해서 일지도 모르겠다.

 

겨우 천신만고로 술집에 팔려갈 것만 면해, 궁벽하고 외진 시골에서의 세탁잡부생활이 그녀인들 얼마나 힘에 겨운 생활이었을지..

 

그곳에서 얼굴도 못본 남편 ‘강재’는 아마도 그녀에게는 애써 만든 희망이요, 그리움이었을게다.

 

 

 

 

 

그리 함부로 산 남자가 착하기만 한 여자의 희망이 되다니 참 아이러니하지 않은가?
약해져버린 건강을 이기지 못하고 떠난 파이란의 편지를 보며 울부짖는 ‘강재’도 또한 그러하지 않겠는가?
다시 살아볼 수 있었는데, 나도 한 여자의 희망이 될 수도 있었는데, 이런 회한 말이다.

 

희망을 놓치고, 어찌 사람이 살아나갈 수 있겠는가,

삼류양아치에게도 배한척 사서 고향에 돌아가는 꿈이 있고,

불법체류하는 중국처녀 파이란에게도 사랑하고 싶은 남편 ‘강재’가 자신을 만나러 와줄지도 모른다는 꿈이 있지 않았는가.

 

배우 최민식은 그런 놓쳐버린 희망을,

다시찾을 수 없는 꿈을 내게 툭 던져놓으며, 같이 울고 싶게 만들었다.

 

 

 

 

 

 이른 봄바다에 나서면 그곳에서 다시 울고 있는 그와

 하얀 입김을 내뿜으며 세탁자전거를 몰고 달리는 그녀를 만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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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한번도 만나지 못한 그녀에게 말하렵니다.

 

파이란

나도 당신이 고맙습니다.

 

내가 외롭고 힘들 때,

누군가가 그리울 때,

당신이 그 누군가가  되어 주어 고맙습니다.

 

나도 당신을 만나면 묻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파이란..

내가 당신을 사랑해도 되나요?

 

같이 자전거를 타고 바닷가를 달리고

등대 아래서 당신의 머리를 내 어깨 위에 기대게 하고

 

저 멀리 바다를 바라보며

당신 몰래 눈물을 흘려도 되나요?

 

당신이 힘들고 아파 하면서도

나를 그리워 하고 사랑한다고 하기에

 

내가 당신에게 줄 수 있는 건

오직 줄 수 있는 건 사랑 뿐이기에

 

당신을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답니다.

 

 

 

 

-  한번도 만나지 못한 파이란을 생각하며...시냇가 -

 

 


 

 

첨부파일 네이트야.mp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