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문학/음악과 영상시

어제를 오늘에 데려다 놓으면 시/이기은

그리운시냇가 2008. 5. 11. 10:54
      
      ◈어제를 오늘에 데려다 놓으면
                       李     基     銀
      동글 동들 모나지 않은 날들 사이로
      각진 바람이 지나며 기형의 소리를 토해놓았다.
      모진 소리에 전봇대에 걸터앉은 전선줄이 울고
      놀란 까치는 집을 버리고 산을 찾는다.
      보름 환한 달빛을 향해 야유를 퍼붓던 가로등
      샐녘 산등성이를 느릿느릿 기어오르는 태양을 보자
      말간 물속을 헤엄쳐 다니는 얼음이 된다.
      그래, 인생에 정답이란건 없지
      그렇게 어우러져 벚나무를 캐내고 복숭아를 심자
      봄이면 세상천지가 꽃 분홍 안개 속
      덩실 덩실 화전놀이 즐겁던 어제를 데려다 놓자
      가슴으로만 그리워 할 게 아니라
      돌아보며 눈물만 흘릴 게 아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