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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친구> 가 흥행 신드롬을 일으키기 전에도
한국 영화계에서 '조폭' 은 단골 소재였습니다.
그 중에는 이창동 감독의 <초록 물고기>나
장현수 감독의 <게임의 법칙>송능한 감독의 <넘버3> 같은
뛰어난 미학과 센스를 지닌 작품들도 있었지만
대부분 자극적인 화면 위주로 점철된,
철저히 상업적인 작품들이었죠.
<친구>의 흥행 이후, <조폭마누라> <두사부일체> 같은
코믹조폭영화들이 영화계에 우후죽순격으로 쏟아져 나오며
흥행 성적과는 별개로 평론가들이나영화 팬들 사이에선
'증오' 수준의 감정으로 혹독하게 외면당했습니다.
(이러나 마나 언제나 추석 극장가에는 이들이 찾아오고 짭짤한 수입을 올리고 돌아갔지만..)
곽경택 감독의 <친구> 개봉 후,
한 달 터울로 개봉한 <파이란>
<친구>의 신드롬에 가까운 괴현상 덕분에(?)
쓸쓸히 극장에서 간판을 내린 이 영화는
조폭영화를 가장한 처절하도록 슬픈 한 남자의 사랑.. 이야기 입니다
<파이란>은 조폭을 결코 미화하지 않습니다
그들의 냉혹한 세계를 사실적으로 묘사하지도 않습니다
인천 부둣가의 초라한 양아치 인생,
한 남자에게 그저 건조하게 카메라를 들이댈 뿐이지요..
(아.. 혹자는 쓰레기 같은 조폭에게도 이런 순수한 사랑이 찾아온다, 라는 형식으로
조폭을 미화했다는 비판을 하기도 하지만.. 뭐 판단은 여러분들에게 맡기겠습니다)
감독을 맏은 송해성 감독은 그의 전작이자 데뷔작이
<카라>라는 로맨스 영화라는 생각을
전혀 할 수 없을 정도로 180도 달라진
색채의 본 작품을 만들게 됩니다
[철도원] 아사다 지로의 단편 소설이
본 작품의 뿌리가 되고 있는데요..
상당히 적은 분량의 소설이어서 영화화를 위해
원작에서 많은 각색작업을 필요로 했어요
남자 주인공의 이야기와 배경에 드라마틱한 요소를 삽입하고,
여주인공의 직업은 원작에서는 호스티스로 등장하지만
본 작품에서는 국내 체류를 하는 중국인으로 새롭게 재탄생 되었습니다
그리고.. 노란딱지 영화라고는 생각하기 힘든
거친 대사들은 <라이방>과 <연애, 그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의
감독 김해곤의 손 끝에서 탄생됩니다
원 시나리오의 밋밋한 느낌을 그가 대사들을
대대적으로 살떨리도록 실감나게 수정했다하죠
<파이란>이 후 충무로에서 주목을 받던 송해성 감독은
싸이더스에서 막대한 예산을 바탕으로
<역도산>이라는 작품을 내놓게 됩니다만..
흥행과 평단면에서 기대만큼 썩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를 선보였고,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역시 평범한 작품에 그치고 말았습니다만..
새 작품이 나올때마다 관심있게 지켜보는 감독입니다
무엇보다도.. 이 영화를 본 후 느꼈던
너무나도 깊은 여운은 결코 감독의 작품에 대한 기대감을
포기하지 못하게 하는 보이지 않는 강력한 힘이 있는 듯 합니다..
이강재..
파이란..
(강재's story..)
이때부터 였을까..
시궁창 냄새나는 내 인생이 조금씩 바뀌었던 때가..
건조하고 암울한 이 영화에 숨결을 불어넣는 건 최민식이란 배우입니다..
영화가 태어난 지 6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혹은 그 이후에도
그의 연기 인생 커리어에서 <파이란>을 능가하는 연기는
두 번 다시 보여주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영화에서 그의 연기는.. 실로 엄청난 포스, 그 이상을 발휘합니다
그가 주연을 맏은 작품 중 <파이란>은 가장 흥행 성적이 부진한 작품이지만
'<파이란>을 보지않고 최민식을 논하지 말라' 는 말이 있을 정도로
최민식이란 배우의 천부적인 역량은... 바로 이 안에 있습니다
얼마 전 출판된 지승호씨의 '감독, 열정을 말하다' 란 책에서
국내 어느 한 감독의 인터뷰 부분 중에 나왔던 내용 중에서,
국내의 모 영화 비평가 앞에서 "최민식은 한국의 알 파치노" 란 말을 했다가
그 비평가에게 "지금 어디서 감히 알파치노 운운하느냐" 며
호되게 된서리를 맞았다는 얘기가 있었는데요
적어도 <파이란>에서 최민식은 <스카페이스>에서의
알 파치노의 모습에 비견될 정도로 명연기를 펼칩니다
(강재가 대포집 뒷골목에서 통화하는 씬은.... 두 말 필요 없는 명장면 입니다..)
이런 너무나도 커 보이는 그를 받쳐주는 역할을 맡은 공형진 역시
훌륭하고 인상깊은 열연을 보여줍니다.. 본 작품 이후로 '<파이란>의 공형진' 이라는
이미지가 너무도 강하게 박혀서 한동안 이미지 탈피에 어려움이 많았다는 후문도 있었죠..
손병호의 조폭 보스 역할은 특유의 간담이 서늘한 눈빛과 함께,
보는 이를 압도하게 만드는 카리스마를 풍기며..
조연의 중요성이 뭔지를 본 작품에서 확실하게 보여줍니다
장백지가 야심차게 한국 진출의 교두보로 본 작품을 선택했지만..
비록 흥행이 저조해서 결과적으로는 실망했다 하더라도.. 이런 좋은 작품에
좋은 연기자들과 함께 할 수 있었다는 사실은 그녀의 연기 경력에도 크나큰 축복이 되지 않았을까요
그리고.. 장백지가 가지고 있는 연약하고 청순한 이미지는 국내 배우가 아니라는 '신선함'과 더불어
외모와 싱크로율 200%를 자랑하는 최적의 캐스팅이라고 하기에 전혀 모자람이 없습니다
영화는 초라하게 간판을 내렸지만,
영화가 전해주는 울림은 결코 작지 않습니다
힘들고 한심한 인생...
쓰레기같은 삶...
밑바닥 인생...
그 인생이라도
날 사랑해 주는 사람이.. 따뜻한 시선으로 날 바라보는 사람이
세상에 단 한 명이라도 존재한다면.. 소중하고 아름다운 삶인가 봅니다
이 세상의 수많은 이강재에게 바치는 사랑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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