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겨 글이나 관련 클래식 혹은 스포츠 전반에 관한 글이나 써 대던 나이 남 부럽지 않게 먹은 사람이 생뚱맞게 젊은이들이 주 시청자인 슈퍼스타 K의 출연자에 관한 글을 쓴다니 좀 어울리지 않게도 생각될 지 모르겠습니다.
짐작하시다 시피 저는 TV 자체를 별로 즐겨 보지 않습니다. 스포츠 중계가 아니라면 그저 짜투리 시간에 10분~30분 보다가 제 일로 돌아가곤 합니다. 그런 제가 지난 4주간은 금요일 밤에 저희 집 케이블 선호 채널에 등록되지도 않은 Mnet을 찾아서 보았답니다. 무엇보다 장 재인 씨의 독특한 음악 해석이 궁금해서였지요.
아이 엄마가 그 프로를 즐겨 보기에 방과 거실을 오가다가 제가 장 재인 씨를 처음 본 것은 오디션 장면이었던 것 같은데 '싱어송 라이터'로 자신을 소개하는 장면이 인상깊었습니다. 그러다 김 지수 씨랑 둘 중 하나만 합격하는 경쟁 장면을 또 우연히 보았는데 잠시 엉덩이를 붙이고 앉았다가 '둘 다 잘 하지만 장 재인이 낫네'하고는 방에 들어갔는데 아내가 장 재인 씨가 떨어졌다고 해서 좀 놀랐지요. 나중에 패자부활전을 통해 다시 합격했다고 들어 다시 관심이 높아졌습니다. 뭔가 독특한 창법과 흔히 볼 수 없는 음악성이 제 마음에 들어온 때문이었습니다.
그 프로그램이 어느 요일에 하는지도 모르고 있던 제가 "헉"하고 놀라 그 뒤로 금요일 밤에 1시간 넘게 TV 앞에 있게 만든 것은 장 재인 씨의 '님과 함께'였습니다.
실은 여기까지도 그 프로그램 전부를 본 게 아니고 집안을 왔다갔다 하다가 본 것입니다. 하지만 '리메이크 미션'이었다는 이 공연은 정말 소름이 돋았습니다. 아마 젊은 사람들은 이 '님과 함께'가 저같은 50대에게 어떤 의미였는지 이해할 수 없었겠지만 제가 중학생이던 시절 어느 반에서나 쉬는 시간/점심 시간에 누군가는 흥얼거리고 불러댔던 국민가요급이던 그 노래가 젊은 뮤지션이 저렇게 청아한 음악으로 변신시켜 '남 진'이라는 큰 이름을 생각나게 하지 않을 수 있다니..수백 번은 족히 불렀을 그 곡의 원곡이 생각나지 않는 완벽한 장재인의 '님과 함께'였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 주부터그 프로그램을 계속 보게 되었습니다. 제게는 무척 드문 일이었지요.
지난 금요일 뮤지션 장재인의 실험적 행보는 일단 막을 내렸습니다. 심사 결과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할 수도 있지만 (정말 마지막 장 재인 씨의 순서 이전에 다른 축하 공연과 시상식을 거행한 것은 공평하지 않은 처사였다고 생각하고 그 마지막 무대 연출은 과연 훌륭해서 역시 장 재인이라고 생각했지요) 윤 종신 씨의 심사평에 100% 동의하면서 이미 뮤지션인 장 재인 씨에게는 심사도 경쟁도 더 이상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음악적인 면에서야 자우림의 김윤아를 연상하게 한다든가 여러 평이 있지만 제게는 항상 이 사람의 이미지가 장 재인 씨에게 덧씌워졌습니다. 가수일 것 같지 않았던, 스스로도 가수라 말하지 않고 피아니스트로 정의하는 뮤지션 노 영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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