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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뮤지션 장재인 씨에게 보내는 편지

그리운시냇가 2011. 1. 28. 14:26

피겨 글이나 관련 클래식 혹은 스포츠 전반에 관한 글이나 써 대던 나이 남 부럽지 않게 먹은 사람이 생뚱맞게 젊은이들이 주 시청자인 슈퍼스타 K의 출연자에 관한 글을 쓴다니 좀 어울리지 않게도 생각될 지 모르겠습니다.

 

짐작하시다 시피 저는 TV 자체를 별로 즐겨 보지 않습니다. 스포츠 중계가 아니라면 그저 짜투리 시간에 10분~30분  보다가 제 일로 돌아가곤 합니다. 그런 제가 지난 4주간은 금요일 밤에 저희 집 케이블 선호 채널에 등록되지도 않은 Mnet을 찾아서 보았답니다. 무엇보다 장 재인 씨의 독특한 음악 해석이 궁금해서였지요.

 

 

 

 

 

아이 엄마가 그 프로를 즐겨 보기에 방과 거실을 오가다가 제가 장 재인 씨를 처음 본 것은 오디션 장면이었던 것 같은데 '싱어송 라이터'로 자신을 소개하는 장면이 인상깊었습니다. 그러다 김 지수 씨랑 둘 중 하나만 합격하는 경쟁 장면을 또 우연히 보았는데 잠시 엉덩이를 붙이고 앉았다가 '둘 다 잘 하지만 장 재인이 낫네'하고는 방에 들어갔는데 아내가 장 재인 씨가 떨어졌다고 해서 좀 놀랐지요. 나중에 패자부활전을 통해 다시 합격했다고 들어 다시 관심이 높아졌습니다. 뭔가 독특한 창법과 흔히 볼 수 없는 음악성이 제 마음에 들어온 때문이었습니다.

 

그 프로그램이 어느 요일에 하는지도 모르고 있던 제가 "헉"하고 놀라 그 뒤로 금요일 밤에 1시간 넘게 TV 앞에 있게 만든 것은 장 재인 씨의 '님과 함께'였습니다.

 

 

실은 여기까지도 그 프로그램 전부를 본 게 아니고 집안을  왔다갔다 하다가 본 것입니다. 하지만 '리메이크 미션'이었다는 이 공연은 정말 소름이 돋았습니다. 아마 젊은 사람들은 이 '님과 함께'가 저같은 50대에게 어떤 의미였는지 이해할 수 없었겠지만 제가 중학생이던 시절 어느 반에서나 쉬는 시간/점심 시간에 누군가는 흥얼거리고 불러댔던 국민가요급이던 그 노래가 젊은 뮤지션이 저렇게 청아한 음악으로 변신시켜 '남 진'이라는 큰 이름을 생각나게 하지 않을 수 있다니..수백 번은 족히 불렀을 그 곡의 원곡이 생각나지 않는  완벽한 장재인의 '님과 함께'였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 주부터그 프로그램을  계속 보게 되었습니다. 제게는 무척 드문 일이었지요.

 

지난 금요일 뮤지션 장재인의 실험적 행보는 일단 막을 내렸습니다. 심사 결과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할 수도 있지만 (정말 마지막 장 재인 씨의 순서 이전에 다른 축하 공연과 시상식을 거행한 것은 공평하지 않은 처사였다고 생각하고 그 마지막 무대 연출은 과연 훌륭해서 역시 장 재인이라고 생각했지요) 윤 종신 씨의 심사평에 100% 동의하면서 이미 뮤지션인 장 재인 씨에게는 심사도 경쟁도 더 이상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음악적인 면에서야 자우림의 김윤아를 연상하게 한다든가 여러 평이 있지만 제게는 항상 이 사람의 이미지가 장 재인 씨에게 덧씌워졌습니다. 가수일 것 같지 않았던, 스스로도 가수라 말하지 않고 피아니스트로 정의하는 뮤지션 노 영심....

 

 

음악이 너무 좋아 그 음악을 하다 보니 노래도 쓰고 노래도 불렀던 뮤지션 노 영심. 제가 미국에 있던 시절이라 후배들이 빌려 온 비디오 속에서 처음 접했던 노 영심 씨의 음악은 정말 매우 독특했고, 제 마음 속에 하나의 작은 그러나 즐거운 기억으로 자리잡았습니다. 그녀의 노래보다는 그녀의 삶과 사는 모습이 그러했습니다. 정말 좋아하는 일을 하고 그것에 기쁨과 만족을 느끼며 살아가는 사람의 기억으로 말이죠....

 

그리고 2010년 저는 또 다른 모습의 노 영심을 장 재인 씨를 보면서 발견합니다. 인기도 관중의 호응도 아닌 자신이 사랑하는 음악에 그저 몰입해 있는 한 뮤지션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하는 일이 좋아하는 일이기에, 또 그리고 자신이 남보다 잘 하는 것이기에 행복하게 음악을 만들고 무대를 설계하고 스스로 즐거워하며 그 행복한 모습을 시청자에게 전달하는 모습이 너무 사랑스러웠습니다. 

 

세 사람이 남았을 때, 저는 그 세 사람의 생존자가 뮤지션과 가수(허 각), 그리고 엔터테이너(존 박)로 정의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세 사람 모두가 이미 원하는 것을 얻었다 생각했습니다. 세 사람 모두 훌륭한 음악성과 개성을 갖추고 있으니, 또 상당한 수의 고정 팬을 이미 확보하고 있으니 그저 대중이 이들 중 무엇을 그 프로그램의 상품의 수혜자로 선택하는가가 남은 과제일 뿐이라고요. 물론 2억이라는 금액은 엄청난 돈이죠. 엘범도 내 주고 주관 방송사는 다음 시즌의 스타 발굴 전까지 홍보 등에 여러 가지 편의를 제공하겠지요. 다시 오기 힘든 큰 기회임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어떤 경쟁도 진다는 것을 전제로 뛰어들지는 않습니다. 장 재인 씨도 그 마지막 무대를 스스로 설계하며 자신의 음악을 가장 효과적으로 전달하며 동시에 시청자와 심사위원의 마음을 사로잡을 무대를 꾸미느라 최선을 다했을 것이고 과연 훌륭했습니다. 어차피 평가를 통하여 한 사람을 떨어뜨려야 하기에 숫자화 된 어떤 기준표가 장 재인 씨를 선택하지 않았을 뿐이지 장 재인표 음악은 이미 대중에게 깊이 각인되었습니다. 그리고 뮤지션에게 있어 그것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나머지는 그저 부상일 뿐입니다.

 

장 재인 씨의 실험이 또 큰 의미를 갖는 것은 '자신이 좋아하고 잘 하는 것으로 경쟁하기'를 젊은이들에게 보여주었다는 것입니다. 점점 안정화된 사회가 된 우리 나라에서 이전 같은 '한 방에 인생 역전'은 이젠 정말 힘들어졌습니다. 그러니 오늘 한 신문도 지적했지만 일본에서 이미 수년 전부터 나타난 젊은이들의 의욕 상실이 우리 나라에도 나타나고 있다는 기사였는데 그것은 과연 사회의 활력과 탄력성이라는 입장에서 바람직하지 못한 현상입니다. 헌데 이처럼 훌륭한 젊은이가 자신이 가진 것만으로 꿈을 쫒는 과정을 여러 주 동안 우리 젊은이에게 보여 주었다는 것에 저는 기성세대의 일원으로 고마움을 느낍니다.

 

심사위원 윤 종신 씨가 이렇게 말했지요. 훌륭한 뮤지션으로 우리 곁에 오래 남아 있었으면 좋겠다. 저도 똑 같은 마음입니다. 이미 훌륭한 뮤지션인 장 재인 씨는 이제 그저 '오래 남아 그 음악을 들려주기'만 실천하면 됩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작년 봄, 김연아 선수의 갈라 곡 Gold를 부른 디바 린다 에더를 인터뷰할 때 나왔던 당시 47세이던 이 뮤지션의 조언을 들려 드립니다. 김연아 선수를 향한 조언이었지만 스스로 미국 중서부 시골에서 자랐던 이 큰 음악인이 Star Search 프로그램에서 12주 연속 승리를 거두며 가수로 데뷔하고 오페라의 디바가 되며 느낀 이 말을 덧붙임은  오래도록 당신의 음악을 접하고 싶은 사람의 하나로써 앞날이 창창해 보이는 장 재인 씨에게도 해당되는 말이라 생각해서입니다.

 

이제 9월에 19세가 되는 연아양에게 오랫동안 사람들의 관심 속에서 살아온 당신이 ‘삶의 관리’라는 측면, 특히 경기장 밖의 삶에 대해 조언해 주시겠습니까? 

 

린다 에더의 답 :

 

Have many interests in life.  Don't put all your joy in one thing.  Friends and family are the most important things in life.  Enjoy the press but don't live for it.  It is after all just designed to sell newspapers and the public's interest is always moving on to the next new thing.


삶의 여러 부분에 관심을 가져라 라고 말하고 싶어요. 연아양의 모든 즐거음을 한 곳에 쏟지 않았으면 해요. 언론은 즐기되 거기에 얽매여서는 안 돼요. 언론이란 신문을 더 팔기 위해 그러는 거니까요. 그리고 대중의 관심은 항상 다음의 새로운 것으로 넘어가거든요.

 

그래도 아쉬운 마지막  무대를 덤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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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해맑은아찌수다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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