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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 시인 이븐하즘

그리운시냇가 2012. 5. 30. 21:27

 

나이

                             시인 이븐하즘

 

 

사람들이 가끔 묻는다네

희끗희끗한 귀밑머리와

이마에 팬 내 주름살을 보고는

나이가 몇이나 되냐고

 

그럴 때 난 이렇게 대답하지

내 나이는 한 시간이라고

여태까지 살아온 세월을 헤아리고

그 모든 걸 다 합친다 해도 말이야

 

아니 뭐라구요?

사람들은 깜짝 놀라면서

또 이렇게 되묻는다네

그런 셈법을 진짜로 믿으라구요?

 

그러면 나는 얘기하지

이 세상에서 제일로 사랑하는 사람이

어느 날 내 품에 살짝 안겨

은밀하게 입을 맞춘 그 순간

 

지나온 날들이 아무리 많아도

나는 그 짧은 시간만을

나이로 센다고

정말 그 황홀한 순간이 내 모든 삶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