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gall.dcinside.com/board/view/?id=yeona&no=484241&page=2&exception_mode=recommend
(펌글) 한 피아니스트 교수님의 연아 이야기
이제는 그녀의 경기 모습을 볼 수 없다니 나도 이 시점의 느낌을 기록으로 남긴다.
내가 항상 김연아의 경기를 보며 감탄하는 첫번째는 선곡이다.
피겨가 단순한 스포츠가 아닌 종합예술이다라고 느끼게 해준 이유는 그녀의 범상치 않은 선곡이 이유였다.
물론 안무가인 데이비드 윌슨이 곡의 분위기와 대략의 안무를 생각한 뒤 제시하지 않을까싶지만 (그의 선곡은 결코 쉽지 않다. 취향이 굉장히 고급스러우신듯.. 그리고 남들 모르는 곡 찾아...내서 희열느끼는 스타일이신듯 하다)
그런 곡을 이해하고 소화하는 김연아의 음악적 식견도 현 선수들 중 가장 뛰어나다고 생각된다.
다른 선수들의 경기곡을 보면 하나같이 예상이되고 '어떠한 의도로 저 곡을 골랐겠군'
이 예측 가능한 곡들이다. 실제로 경기를 보면 피겨에 문외한인 나도 분석이 될 정도이다.
음악들 중에는 효과적인 곡들(?)이 있는데 구성이나 화성, 멜로디 자체로 드라마틱한 곡들이 있고, 소위 비트발(?!)로 듣기만 해도 들썩들썩여서 관중으로 하여금 기분을 업시키는 곡들이 있고 대부분 선수들이 이러한 안전한 곡을 선택한다.
(비트발 곡은 선곡해 놓고 엉덩방아를 찧거나 조잡하게 연기하면 시장통이 따로없다. 의외로 소화 잘 해야해 -_-;;)
그에 반해 김연아는 익숙함, 혹은 곡 자체가 가지고 있는 감동에 의지하는 측면 보다는
대중적으로 익숙치 않은 곡을 가지고와서 역으로 그 곡을 2배로 좋게 만드는 능력자이다.
그냥 음악으로 들었을 때 "음음.. 곡은 멋진데 좀 지루하네.."하는 곡도 그녀의 스케이팅에 덧입혀지면 세상에 그렇게 감동적인 곡이 또 있을까 싶게 만들어 버린다.
"Send in the clowns"가 그랬고 "Scheherazade"도 그렇다.
(개인적으로 가장 수혜음악은 죽음의 무도라도 생각한다)
"Adios Nonino"는 그녀의 마지막 프리 작품답게 해석력에서는 가장 궁극의 수준을 보여준다고 느꼈다.
개인적으로 "Adios Nonino"를 들으면 대학 정기연주회때 생각이 나서 애착이 가는 곡이다. 나는 그 당시 이 곡이 피아졸라가 아버지를 위해 바치는 그런 슬픈 곡인지도 몰랐다...(창피하다)
그 당시에는 "Libertango"를 연주하기 전에 인트로 느낌으로 선연주하는 곡 정도..?
어린 마음에 "리베르탱고보다 재미없어 T^T" 이런 생각하며 연습했었다. 쯧쯧.
기억을 되내어 보면 슬픈 느낌보다는 격정적으로 쳤던거 같다...(반성하자..)
말이 길어진다.
김연아의 마지막 연기를 보며 떠오른 두개의 작품이 있다.
다른 선수들의 파워풀한(!!) 연기와 달리 김연아의 물 흘러가듯 스무스한 연기를 보다보니 겨울왕국이 떠올랐다.
겨울왕국에서 주인공들이 마치 무중력인것 처럼 흘러다니는 모습을 보며
'아 너무 아름답다. 이런 맛에 애니메이션 보는거지. 만화인줄 알지만 환상적이잖아'
라고 감탄했었는데
김연아는 얼음위에서 정말 그런 움직임을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이런 부드러운 움직임은 김연아가 유일하다.
또 그녀가 음악의 흐름에 딱딱 맞춰 동작과 표정을 연기 할 때마다
디즈니의 환타지아를 보는 듯한 기분이었다.
특히 "Adios Nonino"의 중간부분에 피아노 파트로 확 바뀌면서 하는 표정과 몸짓을 보구선 환타지아 2000 중 Rhapsody in Blue에서 나오던 익살스러운 캐릭터를 보는듯해 전율이 느껴졌다.
기술만 성공하기에 급급한 타 선수들에 비해 그녀의 예술적 능력은 참으로 대단하다.
기술은 이제 너무 잘해서 모든 사람들( 심사위원 니들도 포함)이 당연하다고 느끼기 시작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까지 들지경..
다른 선수들은 하도 겨우겨우 기술을 해내니까 "아이쿠 해냈네" 이런 느낌인데
김연아는 너무 편안하게 기술을 하니 이거야 원...스릴감이 떨어진달까..ㅠㅠ
이런 편파판정, 말도 안되는 점수가 과연 소치 올림픽에서가 처음이었을까?
아니다. 우리가 김연아가 누구인지도 모를 때부터 아마 그녀는 지독한 편견과 텃세에 시달리며 피겨를 했을 것이다.
지원은 커녕 힘이 되어주지 못하는 국가와 척박한 환경
스케이트를 탈 장소와 시간이 없어 헤매이며 연습하던 시간
피겨가 뭔지도 잘 모르던 자국민들
자신 때문에 물심양면으로 힘들어 하던 가족을을 보며
그녀는 무엇을 느꼈을까..?누
가봐도 완벽한 연기가 아니고서는 그녀는 백인 스포츠인 피겨에서 정상에 설 수 없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이제는 너무나도 대단한 선수가되어 그녀의 억울한 점수에 전세계가 이의를 제기할 정도의 위치가 된것만으로도 참으로 엄청난 변화일 거라 생각된다.
우리가 모르는 동안 얼마나 많은 오심과 편파판정을 이기며 저 자리에 올랐을까 생각하니 더 마음이 아프다.
저런 위대한 선수를 저따위 대접으로 보내는 소치 올림픽과 푸틴님께 한심함과 손가락질을 보내며 그녀를 위대하게 만들어줄 가장 거지같은 피겨 경기로 남길 기도한다.
이로써 이제는 안현수를 응원하던 마음이 반으로 쪼개질듯 하다.
김연아 선수가 그녀의 말처럼 후회없이 모든 걸 끝냄으로 위안을 얻기만을 바랄뿐이다.
끝까지 힘이되어주지 못한 나라를 용서해다오. 국민은 널 사랑한다.
---------------------------------------------------------------------------------------------------------------------
제가 아주 존경하는 피아니스트이자 4학년 마지막학기때 클래식 교양수업을 가르쳐 주었던 스승입니다...
오늘 오전 11시쯤에 페이스북에 남기신 글을 읽고 한동안 큰 파도에 휩쓸린 듯 가슴 한켠이 먹먹해졌습니다....
교수님은 독립운동가 차리석 선생의 손녀이기도 합니다...많은 분들이 볼수있게 추천을 구걸해 마지 않습니다...
감사합니다..
-----------------------------------------------------------------
우연히 한 까페에서 보고 너무 좋은 글이라 퍼왔어요
사실 불펌인데...만일 문제되면 삭제해야...겠죠?ㅠㅠ
많은 분들이 보길 바라신다 하여 올려보아요:)
공감되는 부분이 아주 많네요
모두들 기운 빠지는 며칠을 보내시고 있겠지만,
웃은 연아 얼굴 생각하며 힘내세요!
화이팅!!
연아 선수가 SBS에 좋아하는 음악이라고 신청한
Send In The Clowns
'사는 이야기 > 좋은글, 감동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창작만화 공모전 우수작, 소풍 (0) | 2014.04.20 |
---|---|
안녕 하세요 33살 먹은 주부에요.. (0) | 2014.03.08 |
[스크랩] 한 잔의 모카커피같은 유머 (0) | 2014.01.11 |
[스크랩] [2ch]에헤헤 시작이에요(스압/내용좋음) (0) | 2013.09.08 |
중국인부부의 감동 러브스토리 (0) | 2012.07.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