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웃고 가는 방

이름을 잘 지어야.....

그리운시냇가 2009. 3. 12. 10:14

 

얼마 전 자주 들어가 보는 인터넷 카페의 골프동호회 회원 한 분이 부친상을 당했습니다.

오프라인 모임에는 자주 가지 못했지만 인터넷카페에 회원들이 올리는 글마다 정성어린 댓글을 달아주시며 정을 나누시던  "오락가락"님이 상을 당했다는데 모른 척 할 수는 없었습니다.

 

동호회에 공지사항으로 공개하기는 했지만 안면이 있는 회원 몇 분에게는 전화로 연락을 하여 문상을 하기로 하고 병원 앞에서 만났습니다.

 

"안녕하세요 오리궁딩이님"

"네 맨날보기님 반가워요"

"다들 안녕하셨죠?"


그런데 장례식장에 들어갔는데 갑갑한 일이 생겼네요....


"저기....., 맨날 보기’님.... ‘오락가락’님 실명이 뭐였지요?"

"오-잉?" 
 

그렇네요. 인터넷에서 닉네임으로만 알고 지냈지 상을 당한 '오락가락'님의 실명을 알지 못하니 여러 개의 빈소 중 몇 호실로 가야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게 된 것입니다.

할 수 없이 '오락가락'님에게 전화를 해서 알게 된 빈소를 찾아갔습니다.


워낙 인품이 좋은 분이고, 사회활동을 많이 하시는 분이라 문상객이 방에는 물론이고  복도까지 북적대고 있었습니다.

 

부의금을 접수하는 사람도 여러 명이 되고, 문상객들이 줄을 서서 접수를 기다리고 있는데 다시 난처한 일이 생겼습니다.

 

실명을 쓰면 '오락가락'님이 누가 누군지 모를것 같고...

그렇다고  '오리궁딩이'라고 쓸 수도 없고......

 

고민 끝에 할 수 없이 동호회에서 사용하던 닉네임을 쓰기로 하였습니다.

 

부주봉투에 '오리궁딩이' 닉네임을 쓴것도 땀이 날 지경인데 방명록에는 어떻게 써야 할지 난감하였습니다.

어떻게 할 방법이 없어 방명록에도 그냥 닉네임을 쓸 수 밖에 없었습니다.

“오리 궁딩이”

 

접수를 받던사람이 눈이 휘둥그래져 나를 바라 봅니다.

 

뒤에 있는 회원도 제가 하는 것을 보고 따라합니다. 
 

“맨날 보기만”

 

접수하던 사람은 어이가 없는지  저와 맨날 보기만님을 아래위로 한 번씩 훑어봅니다.


뒤에 온 다른 회원들도 방명록에 닉네임을 계속 씁니다.

 

'디지게팬다'   '고마해라'  '총마즌거처럼'.......


옆에서 접수받던 사람들까지 방명록을 바라보며 초상집이라는 사실을 잊어버린 채 낄낄 웃습니다.


닉네임을 적던 우리는 민망하여 빨리  얼른 그 자리를 벗어나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뒤에 있는 “에헤라 디야” 회원님은  이름을 쓰지 못하고 자꾸 머뭇거립니다. 
 

“에헤라 D야님, 빨리 쓰고 갑C다. 쪽팔려 죽깠CO.”

 

그러자 그분은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초상집에 와서“에헤라 D야”라고 쓸 수 있습니까? "하며... 망설이다 할수 없이 다른 회원들보다 작은 글씨로 조그맣게 “에헤라 D야”라고 썼습니다.

 

접수를 받던 사람들은 이제 뒤로 넘어가기 일보 직전입니다.

 

그때였습니다.

마지막 남은 회원이 줄에서 벗어나 그냥 밖으로 나가는 것 아니겠습니까?

 

줄행랑치는 그를 보고, 저를 비롯한 다른 회원들은 얼른 자리를 벗어나야겠다는 생각에 모두 큰 소리로 그를 불렀습니다.


“아니 ‘저승사자’님 어디 가세요?”

“...............”


웃음을 참느라고 애쓰던 주변사람들이 모두 그만  웃음을 터뜨리고 다 뒤로 쓰러집니다........

 

결국 우리는 상주도 만나보지 못한 채 장례식장을 도망 치듯이 빠져 나와야 했습니다.

 

이런 되-N-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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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이야기는 인터넷에서 퍼온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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