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그릇을 쓰다듬던 아내 / 글쓴이 - 그리움 -
제 아내요?
순하고 착하며 제 말이라면
그냥 무조건 따릅니다.
그렇게 살아온 세월이 벌써 15년이 되었네요.
결혼한 날부터 아내는 저에게 존댓말을 씁니다.
“당신은 제 반쪽이에요.
제 인생을 맡긴 소중한 사람에게
어떻게 반말을 할 수 있겠어요?
남편을 공경해야죠.”
라고 말하곤 합니다.
유난히도 둔한 저는 그냥
당연한 것처럼 여기며 살았습니다.
세상 다른 부부들도 다 그렇게
사는 줄 알았습니다.
모임에서 어떤 부부들이 아내의
존댓말에 대해 고개를 갸웃거리면
“우리 집사람은 원래 그래!
존댓말이 편한가 봐!”
그냥 뜻 없이 대답해주곤 했죠.
그런 아내가 언젠가부터
기이한 행동을 보입니다.
사기로 된 공기에 밥을 퍼 담을 때마다
그릇 가장자리를 쓰다듬습니다.
그 행동은 한 번도 거르지 않고
식사 때마다 계속되었습니다.
어느 날 아내가 아파서 몇 년 만에 설거지를
하겠다고 팔을 걷어붙였습니다.
그런데 밥그릇 하나가 이가 빠져서
거칠거칠한 게 만져 지더군요.
아주 조금 깨져서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손으로 만지면 까칠한 감촉이 느껴지는 그 그릇!
깨진 그릇에 담은 밥을 남편에게
줄 수 없었던 아내는 그릇을 골라내느라
밥을 퍼 담을 때마다
가장자리를 쓰다듬었던 것입니다.
깨진 그릇에 담긴 밥은 항상
자신이 먹었던 것이지요.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아내의 사랑이 뼈 속 깊이 밀려왔습니다.
생각해보면 지금까지 아내를 위해
제가 한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알량한 몇 푼 벌어다 주는 것이
무슨 벼슬인 냥 빨래나 청소 한번
제대로 해준 적 없고,,,,,,
그 흔한 여행 한번, 분위기 있는 외식 한번
제대로 시켜준 적 없는 모자란 남편이지만
그래도 저를 위해 밥 한 그릇에도
그리 정성을 들였던 것입니다.
알뜰하고 속 깊은 제 아내, 참 예쁘죠?
아내자랑 하면 팔불출이라고 하던데…….
끝끝내 이글을 쓰고 말았습니다.^^
지금은 아껴쓴 아내덕분에
귀농하여 내집에서 편안하게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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